1.

나는 지금부터 작가로서 ‘허유’를 소개하고자 한다. 스스로 부여한 ‘허유’라는 이름은 단순히 대상을 지칭하는 수단이 아니라 그것의 속성을 함축적으로 드러내는 하나의 표징으로서 나의 생각들을 함축하고 드러내는 역할을 한다.

虛, 有 / 비어있으나 있는
비어있는 것으로 보이나, 있다. 여기에서 ‘허’는 진정한 의미의 허, 무(無)를 뜻하지 않는다. 단지 비어있는 것처럼 보일 뿐이다. 흔한 예로는 공기와 같은 속성이다. 아무것도 들어 있지 않은 상자(일상 언어로서)가 있다고 치자. 많은 이들은 ‘텅 빈 상자’라고 할 것이다. 그러나 어떤 이는 공기로 가득 차 ‘있다’고 할 것이다. 이들은 가시적인 ‘비어 있다’는 현상을 바로 존재론적 ‘무’로 보는 비약을 범하지 않는다. 나는 후자에 서서 끊임없이 고민한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다. 비어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건-가시적인 측면일 뿐이라고-단지 당신의 눈에 그렇게 보일 뿐이다. 가시적인 속성은 말 그대로 ‘속성’일 뿐이다. ‘속성’을 가지고 ‘본질-존재’를 논할 수 없다.

虛 → 有 / 비어있기에 있는
‘허’는 ‘유’의 근거가 된다. 본래적 ‘유’란 없다. ‘있음’은 ‘없음’을 전제해야만 가능하다. 어떤 것이 ‘유’하다는 것은 ‘생겨남’이라는 변화를 전제해야 하고 그것은 바로 ‘없음’에서 비롯된다. (여기에서 ‘허’와 ‘무’는 따로 구분하지 않는다.) ‘허’를 ‘유’의 앞에 두는 것은 곧, ‘유’에서 ‘무’로의 전환-사멸-에 대한 의미를 달리하게 만든다. 많은 이들은 ‘유’를 인식할 때 그것의 선행사건 ‘허’는 묻지 않는다. 그들에게 ‘유’는 그렇게 인식된 이상 지속을 전제하고 당연한 것이 된다. 이러한 당연한 ‘유’에 대한 믿음은 그것이 ‘허’가 될 때 엄청난 충격과 두려움으로 변하게 된다. 그러나 ‘유’는 당연하지 않다. ‘허’에서 ‘유’로의 이행과정-생겨남-을 반드시 내포한다는 의미에서 ‘유’는 특별한 변화이며 동시에, 그러나 변화일 뿐이다. 변화는 영원하지 않다.

虛 = 有 / 비어있음이 있는
비어있음이라는 그 자체가 있다. 이 맥락은 아직까지 나에게 있어 시시각각 수만 가지 생각들로 변한다. 이 세상은 어쩌면 비어있는 그 자체로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닐까.  


2.

‘허유’로서의 삶을 시작한 이후부터 나는 어떠한 일도 계획하지 않는다. ‘생겨남’이라는 변화를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미리 계획할 수도 없다. 단지, 생겨난 이후 그것들을 종합하고 그것들 사이로 관통하는 희미한 관심사를 발견할 뿐이다. 어느 누가 철학자는 자신이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 도달할 때까지 알고자 한다고 했던가. 마찬가지로 예술가는 끊임없이 답없는 질문을 풀기 위해 고민한다. 답을 알지 못하기 때문에 예술을 행하고, 예술을 통해 답을 얻고자 한다. 그러나, 그러한 ‘규정할 수 없는’ 예술의 본질적 성격으로부터 답을 내릴 수 없음은 자명하고 그렇게 예술 행위는 끊임없이 순환하며 멈추지 않는다. 허유로서 나는 이 순환적인 예술 행위에 몸을 실을 수 있을 뿐이다.

1.

I would like to introduce the artist “Heoyu”. “Heoyu” is the name she has chosen for herself as an artist. But “Heoyu” is more than a name. It takes on the role of a symbol and is thus representative of her thoughts as a whole.

虛 [Heo:emptiness], 有 [Yu:being]
: empty but present
It seems to be empty but yet there is something. The emptiness doesn’t mean the void. It just looks as if there is nothing.

虛 [Heo:emptiness] → 有 [Yu:being]
: to exist by means of the emptiness
Only in the state of emptiness can things exist. Nothing can be present without knowing this previous state. As we have known this empty state, we can appreciate changes to this state how it changes due to appearance of an object.

虛 [Heo:emptiness] = 有 [Yu:being]
: emptiness is another form of existence
As such, we can perceive the void in the same way that we can perceive the coming into existence of something. This realization has made me observe the void in different ways. Perhaps the world exists only in the empty state.


2.

The artist has not made any plans since she gave herself the name “Heoyu”. As she cannot anticipate the apparitions, plans do not seem that useful. She only observes the apparitions and synthesizes them in an attempt to find commonality. It has been said that philosophers continue to seek knowledge until they no longer understand it. This is similar to the situation of the artist. They attempt to answer their own questions and struggle to find the answer. Their work is the result of this struggle. Eventually, they realize that Art cannot be defined. This is why they never stop painting, drawing, writing, singing, dancing, etc. Likewise, “Heoyu” as an artist maintains the same pattern; continues to pursue these activities.



©HEOY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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